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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독과점 사전규제, 오히려 독 될수도"

[인터뷰] 신영선 법무법인 율촌 고문

이은실 기자 | 기사입력 2023/09/07 [15:59]

"플랫폼 독과점 사전규제, 오히려 독 될수도"

[인터뷰] 신영선 법무법인 율촌 고문

이은실 기자 | 입력 : 2023/09/0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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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선 법무법인 율촌 고문. / 사진=법무법인 율촌     ©동아경제신문

EU 사전규제인 '디지털 시장법' 시행

사후규제 '경쟁제한성 입증' 한계…

플랫폼사업자 일정 행위 사전금지케

 

한국, 유력한 국내 플랫폼들 존재

다수 유효경쟁 작동…EU와 상황달라

 

사전규제, 효율성 등 편익 큰 행위까지

막을수도…창의·혁신 생태계 위축 우려

 

[동아경제신문=이은실 기자] "한국에는 유효경쟁이 작동하는 분야가 많아 강력한 사전규제법 제정이나 공정거래법을 개정할 상황은 아니다. 올해 5월부터 시행된 EU의 DMA 작동 상황을 지켜보면서 사회적 논의를 충분히 해야 한다"

 

신영선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6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된 '온라인플랫폼 규제 동향 국제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플랫폼사업자의 독점과 시장지배력 남용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를 규제하기 위해 새로운 입법을 추진하거나 기존 법의 집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 중 EU(유럽연합)가 대표적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구글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에 대해 EU 기능조약 제102조 위반을 이유로 총 82.5억 유로(한화 약 11조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플랫폼사업자에 대해 경쟁법을 적극적으로 집행해왔다. 

 

그러나 최근 EU는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장에서 사후적인 경쟁법 집행으로는 거대한 플랫폼사업자의 행위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인식했다. 

 

이에 따라 EU는 2022년 사전(ex-ante) 규제법인 디지털 시장법(DMA; Digital Markets Act)을 제정했고, DMA는 2023년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DMA는 경쟁당국의 경쟁제한성 입증 과정 없이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대형 플랫폼사업자의 일정한 행위를 사전에 금지하거나 이행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경쟁당국이 사후에 행위의 효과를 분석해 경쟁제한성을 입증해야하는 기존 경쟁법의 패러다임과는 전혀 다른 매우 강력한 규제다.

 

신영선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양면시장, 직접 및 간접 네트워크 효과, 데이터의 피드백 보강 효과 등 플랫폼의 여러 특성상 시장을 확정하고 경쟁제한성을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경쟁당국은 경쟁제한성 입증이 필요 없는 사전규제의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사전규제의 문제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고문은 "사전규제는 폐해의 실제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한 유형의 행위를 획일적이고 경직적으로 금지하거나 이행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행위가 시장경쟁에 미치는 개별적 효과를 따지지 않으므로 경쟁제한 효과가 크지 않은 행위와 경쟁제한 효과보다 효율성 등 편익이 더 큰 행위까지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신 고문은 "적법한 행위를 위법으로 판단하는 이른바 제1종 오류(false positive)를 범할 위험이 커지는데 특히 시장환경이 유동적인 플랫폼 산업의 경우에는 창의와 혁신 생태계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종 플랫폼이 없는 EU는 미국의 빅테크 플랫폼을 견제할 목적에서 사전규제법을 만들었으나, 한국에는 유력한 국내 플랫폼들이 존재해 EU와는 다른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신 고문은 "한국에는 이커머스 분야와 같이 유효경쟁이 작동하는 분야도 많이 있어서 규제 강화를 위해 강력한 사전규제법을 새로 제정하거나 공정거래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는 할 수 없다"며 "사전규제는 문제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신 고문은 "플랫폼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의 한 유형으로 논의되는 자사우대(self-preferencing)의 경우 그 외형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경쟁당국의 경쟁제한성 입증 없이 사전적・획일적으로 금지해서는 안된다"며 "과도한 규제는 혁신과 경제효율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대 플랫폼이 모두 자국 기업인 미국에서는 발의됐던 플랫폼 반독점 패키지 법안이 모두 폐기된 바 있다. 

 

신 고문은 "이미 플랫폼사업자에 대한 몇 건의 집행 사례가 축적되고 있으며 또한 올해 초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플랫폼의 특성을 반영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심사기준을 구체화하기 위해 새로 제정한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활용할 수 있다"며 "최혜대우(MFN; Most Favored Nation) 조항 관련해, DMA는 다른 플랫폼에서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행위를 허용하라고 할 뿐이고 자체 유통경로에서도 이를 허용하라고 하는 것은 아니어서 좁은 최혜대우(narrow MFN) 조항은 인정하고 있는데,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에도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고문은 "한국의 플랫폼 독과점규제 정책 방향을 모색함에 있어서 최근 한국 플랫폼 시장의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구글이 1위를 하지 못한 한국 검색시장에서 네이버(55%)와 구글(35%)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게임체인저가 될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플랫폼 시장은 대 격변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측했다.

 

신 고문은 "챗GPT가 쇼핑·호텔 예약 같은 생활 밀착 분야에서부터 금융·학술·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제공하는 서비스를 무한 확장할 계획임을 밝혔다"며 "이제 막 초거대 AI를 출시했거나 출시를 준비 중인 한국 기업들로서는 미래 시장을 통째로 내줄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에 처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고문은 "플랫폼 시장환경이 급변하고 개별기업 차원의 경쟁을 넘어 국가 간 패권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플랫폼 독과점 사전규제 입법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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