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2024년도 사업예산 ‘싹둑’ 시민회의, 해당사실 모른채 '준비중' 김상희 "정권교체 여부 관계없이 통일국민협약 제도화 계속이행돼야"
[동아경제신문=이은실 기자] 보수‧진보‧종단이 모여 쌓은 성과가 모래성처럼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다. 통일부가 급작스럽게 '평화와 통일을 위한 사회적 대화(이하’사회적 대화)'사업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대화는 2018년 보수를 대표하는 이갑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회장, 진보를 대표하는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 7대 교단을 대표하는 정인성 당시 원불교 교무 등이 뜻을 모아 창립한 '평화·통일비전 사회적 대화를 위한 전국시민회의'에서 주도한 숙의민주주의의 장이다.
2018년부터 2023년 9월 현재까지 99회의 토론회에 88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하여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평화구상을 도출하기 위해 활발한 토론을 펼치고 있다.
2018년 이전의 통일‧대북정책은 소수 정부관계자와 전문가 주도로 수립‧집행되었고,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돼 왔다. 그러다보니 정권이 바뀔때마다 달라지는 평화통일과 대북정책은 극심한 이념갈등으로 치닫게 되었고, 진영 간 분열이 심화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
이러한 가운데 사회적 대화는 이러한 진영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적 합의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처음으로 진보와 보수가 모여 공론의 장을 만들었다는데 그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이 사업은 4년 동안 각계각층의 시민과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냈고 2021년 6월, '통일국민협약안' 채택이라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제 남은 것은 통일국민협약안에 담긴 제안을 정부와 국회가 반영하고, 제도권 안에서 ‘사회적 대화’를 이어가며 시민들이 통일‧대북정책에 대한 의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토론하며 남남갈등을 조정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외교통일위원회, 경기 부천병)이 통일부에서 제출받은 사회통합플랫폼(‘통일국민협약’ 사회적 대화) 사업예산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사회적 대화 사업이 시작되고 1억 5000만원이었던 예산은 6년 동안 꾸준하게 증가했고, 2023년에는 전년도 대비 35.8%나 증가한 12억 6500만원이 편성됐다. 그런데 돌연 2024년도 사회적 대화 사업의 예산이 단 한 푼도 편성되지 않았다. 사유는 '정부방침'이다.
윤석열정부 출범시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 중 통일부의 ‘남북관계 정상화, 국민과 함께하는 통일준비’의 수행사업에는 사회적 대화가 포함되어 있다.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스스로 사회적 대화 실적을 과시하기도 했다. 권영세 전 장관은 지난해 외통위 국정감사 및 '사회적 대화 거버넌스 제도화 정책토론회(2022.12.6.)'에서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은 이어달리기'라며, 남남갈등을 없애고 진영 간의 공통분모를 넓히는 작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회적 대화가 더욱 단단하게 확장되어 통일 대한민국으로 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며, 명실상부한 통일공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그날까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사회적 대화 및 통일국민협약안을 이어갈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렇기에 해당 사업이 일방적으로 강제중단 된 것은 그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도 그럴 것이 사회적 대화를 주도해오던 ‘평화·통일비전 사회적 대화를 위한 전국시민회의’는 사업 폐지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국시민회의는 예년과 같이 내년도 사회적 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김상희 의원은 "통일부장관이 교체되면서 더욱 경직된 통일부의 전 정부지우기가 시민들의 공론의 장까지 희생시키는 것인지 우려스럽다"며, "사회적 대화는 통일‧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마련하기 위한 기반이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증폭되던 진영 간의 갈등을 일관성 있게 조정할 수 있는 최초이자 유일한 장치인데, 실제로 사업을 진행하는 시민회의 측과 상의도 하지 않은 일방적인 사업중단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사회적 대화는 참여자들의 만족도와 재참여 의사 또한 높았던 사업"이라며, "우리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남남갈등을 해소하고 통일‧대북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말리지 않고 묵묵하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사회적 대화를 통한 결과물인 '통일국민협약안'이 이번 정부에서 무용지물이 되지 않고, 실제 국가 정책수립과 집행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동아경제신문 & dae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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