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에 번아웃까지…간호사 정신건강 지원 의무화 국회청원“응급상황·임종 간호·감정노동 노출…사후상담·퇴직 의존 현행제도 한계 지적”
3교대·인력난 속 정신적 소진 호소… 직장내 괴롭힘·감정노동 구조개선 심리검사·익명 상담체계 법제화 요구
[동아경제신문=유경석 기자]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3교대 근무, 그리고 위계적 조직문화 속 직장 내 괴롭힘(이른바 ‘태움’)으로 인해 극한의 정신적 소진을 겪는 간호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의료기관 내 예방 중심의 정신건강 지원 체계를 법적으로 의무화해 달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제기됐다.
2일 국회전자청원 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등록된 ‘간호사의 번아웃 예방 및 정신건강 지원 체계 의무화에 관한 청원’은 공개 직후 과도한 업무 중압감과 심리적 고통을 개인의 인내로만 버텨온 전국의 간호사 및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깊은 공감을 얻으며 본격적인 국민 동의 진행 단계에 돌입했다.
해당 청원은 오는 7월 2일까지 30일간 청원 동의를 접수하며, 기간 내에 5만 명의 동의를 얻을 경우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나 환경노동위원회 등에 회부돼 정식 의안으로 심사된다.
청원인 백 모 씨는 청원 취지를 통해 “간호사는 응급상황 대응, 환자의 임종 간호, 보호자와의 갈등 조정 등 극도로 긴장된 환경에서 근무하며 심각한 번아웃을 겪고 있다”며 “현재 제도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 개인의 상담이나 퇴직에만 의존하고 있어, 의료기관 내에 실질적인 예방 중심의 지원 체계를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청원 배경을 밝혔다.
청원서에 적시된 현행 보건의료 근무 환경의 문제점은 「근로기준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내 간호사 특화형 정신건강 보호 규정 미비, 외부에서 증명하기 어려운 직장 내 괴롭힘(태움) 피해의 폐쇄성, 심리 상담 참여 시 인사상 불이익 우려로 인한 제도 기피,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간호 인력 정신건강 실태조사 부재 등이다.
청원인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실태조사와 대한간호협회 자료를 인용하며 간호사의 높은 번아웃과 정신적 소진이 신규 간호사의 조기 이직을 심화시키는 핵심 원인이라고 정면 지적했다.
특히 폭언과 무시, 과도한 질책으로 이어지는 ‘태움’ 문화는 눈에 보이는 신체적 상해와 달리 객관적 증명이 어려워,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청원인은 간호 인력의 안정적인 유지와 환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에 4대 제도 개선안을 강력히 촉구했다.
첫째, 의료기관이 소속 간호사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정신건강 점검을 실시하고전문 상담 체계를 연계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 마련이다.
이를 통해 우울이나 불안 등의 문제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예방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된 외부 전문기관 연계 심리 지원 프로그램(EAP)의 도입과 ‘보호 규정’ 명시화다.
상담이나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향후 인사평가, 근무 배치, 승진 등에서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법적으로 대못을 박아달라고 요청했다.
셋째, 실효성 있는 직장 내 괴롭힘 대응 시스템 구축이다.
형식적인 교육에 그치지 않고 익명 신고 채널을 활성화하는 한편, 신고 이후의 보복성 불이익을 방지하고 피해자의 심리 회복을 돕는 구체적인 보호 조치를 제도화하라는 요구다.
넷째, 정부 주도의 정기적인 실태조사 및 정책 반영이다.
국가 차원에서 간호사의 번아웃 현황을 주기적으로 조사·발표하고, 그 통계 수치를 보건의료 인력 수급 및 근무환경 개선 정책에 의무적으로 연동하는 관리 체계를 만들어달라고 건의했다.
그간 의료계에서는 간호사의 열악한 교대근무 환경과 감정노동 문제가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왔으며, 정부 역시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 등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정신적 고통을 개인이 감내해야 할 직업적 스트레스로 치부하는 경향이 짙어, 의료기관에 강력한 의무를 부여하는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간호사의 정신건강이 곧 환자가 제공받는 의료 서비스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민생 보건 현안이 국회 청원으로 공론화된 만큼, 이번 청원이 전국적인 보건의료 연대와 일반 국민들의 광범위한 동의를 이끌어내며 상임위 심사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본 청원은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서 ‘동의진행 중’ 상태로 국민들의 찬반 의사를 수렴하고 있으며, 요건 충족 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정밀 법안 심사 절차를 밟게 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동아경제신문 & dae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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