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화백, 자연속에서 예술적 감성 꽃피우다
어반스케치 국내 원조…선후배·제자 함께한 ‘동행백선’ 출간
서양화가 박성현 화백은 사생을 통한 현장 스케치로 자연과의 교감을 화폭에 담아내는 인상주의 구상화가다.
어려서부터 사생을 일상화했던 박 화백은 고3 때 최쌍중 화백 화실에서 서양화에 입문했다. 이후 홍익대 졸업 후 경기대 예술대학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하며 김원 선생(故)과 야외사생을 즐겨다니며 풍광을 스케치에 담았다.
박성현 화백은 “저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행복하다. 이전에는 풍경, 정물, 누드를 그렸는데 사생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라며 “지난 1987년 첫 해외여행 이후 페루나 멕시코, 이집트, 인도 등 80여개국을 여행하며 느낀 즉흥적 감흥을 스케치하고 화폭에 담아 책으로 엮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화백의 그림을 보면 현지인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풍습, 자연의 모습을 사실적이고 생동감 넘치게 담아내고 있다. 특히 그는 단순히 풍경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작가적 상상력으로 고대문명의 경이로움과 문명의 진 맛을 찾아내 특유의 형상과 색채로 화폭에 재현해 냈다.
박성현 화백은 “근래에는 가까이 즐길 수 있는 풍경을 스케치하는 어반스케치를 자주하는데 이를 시작한 것은 30년이 더 된다. 도시를 펜으로 그린 것은 제가 국내 최초가 아닌가 싶다. 도시를 어떻게 하면 더 부드러운 선으로 만들까 하는 것이 과제다. 그리고 예전에는 화면을 채워야 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빈자리가 숨 쉬는 공간으로 느껴져 여백을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박 화백은 1년전부터 중국 백거이의 시 ‘花非花’에 감명을 받아 이를 테마로 한 ‘오월의 바람’이나 ‘花非花-꽃이면서 꽃이 아니어라’시리즈를 그리고 있으며 최근 수원시 ‘아트갤러리 라포에’에서 개인전을 갖기도 했다.
이처럼 대상을 꾸임 없이 스케치북에 그대로 옮겨 넣으며 자신이 위치한 곳에서 대상을 어떻게 소화하는가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박 화백은 진정한 예술가라 할 수 있다.
박성현 화백은 2년전 경기대 예술대학원장으로 정년퇴임을 하며 선배·동료·후배·제자화가 110명의 작품을 담은 ‘동행백선’이라는 스케치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그리고 이 책의 판매된 수익금을 장학금으로 기탁하는 등 미술계 발전과 특히 후학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박 화백은 후학들에게 “예술가는 돈이나 출세욕에 얽매여선 안 된다”며 “그림에 영혼을 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2020년 9월 18일 동아경제 성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