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잿값 급등이 분양가 상승 ‘불가피’
분양시장 경쟁률 둔화
거래감소 속 분양가↑
시멘트 업계가 올들어 두 번째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전국 아파트 공사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주택담보대출금리 인상으로 가뜩이나 거래가 줄어든 가운데 분양가까지 상승할 경우 주택시장의 한파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는 오는 9월 1일부터 현재 톤당 9만2200원인 시멘트 가격을 10만6000원으로 약 15% 인상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레미콘사 등에 전달했다. 삼표시멘트도 내달부터 톤당 9만4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11.7% 인상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삼표와 한일시멘트가 시멘트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쌍용C&E, 성신양회 등 나머지 대형 양회사들도 가격 인상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업계는 시멘트 제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치솟으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호주산 유연탄 가격이 톤당 400달러 대까지 치솟으면서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는 게 시멘트업계 설명이다. 여기에 화물연대 파업 이후 물류비 상승과 금리 인상 등 여러 상승 요인까지 겹치면서 가격 인상을 할 수밖에 없다는 해명이다.
앞서 시멘트업계는 지난해 7월 5% 인상에 이어 올해 2월 시멘트 가격을 15%~18%가량 인상했다. 이에 시멘트 가격은 1톤당 10만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는 이번 시멘트값 추가 인상 움직임에 업계 담합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으나 시멘트값 상승을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원자재 가격 급등이 신규 택지나 재건축 현장에서 분양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게 건설업계 입장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잿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 신규 택지나 재건축 단지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일부 현장은 분양 계획을 연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계속되면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비용 문제가 계속된다면 건설업계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원자잿값 상승이 계속된다면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직방 관계자는 “최근 분양시장이 전반적으로 경쟁률이 둔화되고 미분양·미계약이 늘어나는 분위기인데 자재 가격 인상으로 분양가가 오르는 이중고가 생길 수 있다”며 “소비자의 분양가 부담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실제 분양시장은 불황의 늪에 끌려들어가는 형국이다. 국토교통부에 주택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 6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2만7917가구로 전월대비 2%(535가구) 증가했다.
공급자들이 부담을 크게 느껴 분양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분양가 상승이 이뤄지면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콘크리트, 철근, 시멘트는 모든 분야의 핵심 자재인데 올해 모두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해 업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건설업은 가격 전가가 불가능해 고스란히 경영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고, 결국 사업성 악화로 적극적인 분양이 어려워져 공급이 줄고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2022년 8월 11일 동아경제 성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