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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방지법, 공개된 공간만 사전검열 ‘도마위’

성창희 기자 | 기사입력 2022/02/24 [08:59]

N번방 방지법, 공개된 공간만 사전검열 ‘도마위’

성창희 기자 | 입력 : 2022/02/24 [08:59]

디지털 성범죄 근절 위해 도입

해외메신저·기술적 조치 등 한계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도입된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남녀 갈라치기’, ‘인권의 문제’라며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N번방 사건은 2018~2020년 조주빈 등이 텔레그램 등을 이용해 피해자를 유인한 뒤 협박해 성착취물을 찍고 이를 유포한 역대 최악의 ‘디지털 성범죄’를 일컫는다. 유사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국회는 지난 2020년 5월 본회의를 열고 인터넷상에서 디지털 성범죄 영상의 ‘유포·확산’을 막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지난해 12월 법 시행이 이뤄졌다.


N번방 방지법이 대중의 이슈로 떠오른 이유는 국내에서 대중화된 ‘카카오톡’의 오픈채팅방 검열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특히 N번방의 시초가 된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 등 해외메신저는 정작 규제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식입장은 텔레그램 등이 제외된 이유는 사적 대화방이기 때문에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웹하드 등 공개된 인터넷 공간만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해명하고 있다.


정부의 설명은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대중에게 공개된 공간을 통한 디지털 성범죄물의 유통을 막아 급속한 전파를 차단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내용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불법촬영물을 모아둔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영상의 고유 숫자값(이하 DNA값)을 추출해 이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불법영상임을 판단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 대해 보안업계에서는 중요한 기술적 문제를 제기한다. 먼저 DNA값으로 필터링하는 방식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1시간짜리 영상 기준으로 보면 DNA값이 무려 30만 단위 이상 숫자가 나온다”며 “하루에도 웹하드와 SNS 등에 올라오는 영상 수십만 개를 덩치가 큰 DNA값과 1대1로 모두 비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프로그램을 거치면 서버 과부하와 막대한 시간·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를 정부가 보전하지 않고 구글, 트위터, 네이버, 카카오 등 87개 해당 사업자에게 떠넘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IT 전문가들은 정부가 필터링을 위해 구축한 불법촬영물 DB에 대한 우려도 제기한다. 정부 DB가 어떤 식으로 구축됐는지 정부 말고는 아는 이가 없다. 이 때문에 과연 현장 공무원과 DB 구축에 참여하는 시민단체가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불법촬영물 DB 작업을 벌이는지 의심스럽다는 취지다. 


해외에서도 디지털성범죄 차단을 위한 규제신설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정부가 직접 DB를 만들고, 대조하는 방식의 사례는 한국이 유일하다. 정부가 마련한 필터링 기준이 확대될수록 빅브러더(검열·통제) 유혹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2월 24일 동아경제 성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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