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소유, 건강보험가입자 재산항목 폐지 기초생활수급자 소득재산 기준엔 적용 현실 반영 못한 일괄적 재산 기준 지적 "자동차 소유에 따른 재산 가액 산정 기초수급자 노동시장 접근에 큰 제약”
[동아경제신문=김선아 기자] A씨는 다자녀 가정의 아버지다. 어려운 경제적 상황 속에서도 세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던 그는, 아픈 아이의 병원비 부담으로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져 의료급여 수급 신청을 결심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큰 장애물에 부딪혔다. 바로 그의 자동차였다. A씨가 소유한 차량은 7인승 이상의 승용차로, 다자녀 가정을 위해 꼭 필요한 교통수단이었다. 그러나 그 차는 2000cc 미만이라는 기준은 충족했지만, 연식이 10년이 되지 않았고 차량 가액도 500만 원을 약간 넘는 상태였다. 두 가지 기준 중 하나만 충족했더라면 그는 의료급여 수급자 자격을 얻을 수 있었을 테지만, 아쉽게도 이를 충족하지 못한 탓에 탈락하고 말았다.
A씨는 "아이들이 셋이나 되니 작은 차로는 이동이 불편해 어쩔 수 없이 7인승 차를 타고 있어요. 차령이 조금만 더 오래되었거나 가액이 조금만 낮았더라면 기준을 맞출 수 있었는데, 그 차이가 이렇게 클 줄 몰랐습니다"라고 억울한 마음을 토로했다.이 차가 그의 가족에게는 필수적인 생활 수단이었음에도, 재산 산정 기준 때문에 지원을 받을 기회를 잃은 것이다.
정부는 국정운영의 핵심 기조로 ‘약자복지’를 내세운 데 이어 기초생활보장 대상 확대의 일환으로 2025년부터 생계·의료급여 수급자에 대한 자동차 재산 기준을 완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르면, 생계급여 수급자가 되기 위해서는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32% 이하여야 하며, 의료급여 수급자의 경우는 기준 중위소득의 40% 이하에 포함돼야 한다. 소득인정액을 산출하기 위해, 재산도 소득으로 간주하는데 여기에는 자동차도 포함된다.
소유하고 있는 승용차가 1600cc 미만 승용자동차이면서 연식이 10년 이상이거나 가액이 200만원 미만일 경우에는 월 4.17%의 소득이 발생하는 것으로 환산하는 반면, 그 이상의 승용차에 대해서는 가액 100%를 소득으로 환산하고 있다. 다시 말해 배기량이 1600cc 이상인 승용차나, 1600cc 미만이라 하더라도 10년 미만 연식 또는 가액 200만원이 넘는 경우는 가액 전체(100%)를 소득으로 산정해 수급자격을 얻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가구원이 6인 이상이거나 자녀가 3명 이상인 가구의 경우에는 배기량 2500cc 미만 7인승 이상 차량에 대해 연식이 10년 이상이거나 가액이 500만원 미만이어야만 소득 환산율 4.17%를 적용받을 수 있을 뿐, 그 이상일 경우에는 모두 100% 소득으로 산정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일반 승용차 재산 기준 중 배기량 1600cc를 2000cc로 상향하고, 가액은 200만원 미만에서 500만원 미만으로 상향하였을 뿐, 다가구 다자녀 가구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는 없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 결과로 약 2000명이 생계급여 또는 의료급여 혜택을 추가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복지부는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재산 산정 기준에서 자동차 항목을 전면 폐지했다. 가입자 부담 완화 목적으로, 자동차가 반드시 ‘재산’으로서 기능하기보다는, 생활 필수품이자 교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지방이나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자동차가 필수적인 생활 도구이자, 생계 활동의 기반이 된다. 그러나 정부의 기초생활보장제도개선(안)에서는 여전히 일정 기준 이상의 자동차를 재산으로 산정해 수급 자격을 제한해,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저소득층이 생계급여 및 의료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은 “자동차 소유에 따른 재산 가액 산정은 기초생활수급자가 노동 시장에 접근하는 데 큰 제약이 된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동차 소유가 오히려 수급 자격을 잃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소유자들의 실질적인 경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기준이기 때문에 자동차에 부과되던 건강보험료를 폐지한 것처럼,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자동차 재산 기준도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한국사회 ‘최후의 사회 안전망’으로 자리잡은 만큼 끊임없는 개선을 통해 그 역할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동아경제신문 & dae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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