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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6000원짜리 쿠키 사냥꾼이 되었나…
‘두바이 쫀득 쿠키’ 열풍과 한국적 소비 심리

[전문가 기고 / 마케팅의 전환점 ④]  김민서 명지대학교 객원교수·연세대 경영학 박사

동아경제신문 | 기사입력 2026/02/04 [14:17]

왜 우리는 6000원짜리 쿠키 사냥꾼이 되었나…
‘두바이 쫀득 쿠키’ 열풍과 한국적 소비 심리

[전문가 기고 / 마케팅의 전환점 ④]  김민서 명지대학교 객원교수·연세대 경영학 박사

동아경제신문 | 입력 : 2026/02/0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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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서 명지대학교 객원교수 (연세대 경영학 박사)     ©

광화문 대로변의 기이한 줄서기

 

며칠 전 광화문 대로변의 한 베이커리 매장을 지나다 깜짝 놀랐다. 평일 오후임에도 사람들이 매장 밖까지 길게 늘어서 있었다. 대단한 이벤트라도 하나 싶었지만, 아니었다. 그저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가 나오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이 디저트의 최초 개발자는 하루 매출만 1억300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쿠키 하나를 사기 위해 길 위에서의 기다림을 자처하는 이 현상은 2026년 마케팅 시장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다.

 

명품백은 못 사도 '스몰 럭셔리'는 산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백은 멀게 느껴지지만 고가의 디저트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적은 비용으로 명품을 소유한 것 같은 심리적 만족감 즉, 가심비를 얻는 소비 트렌드)다. 불황이 깊어질수록 사람들은 큰 지출은 줄이되 스스로 가치 있는 소비를 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한다.

 

샤넬 립스틱이나 하이엔드 브랜드의 헤어 향수가 불티나게 팔리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내가 나에게 혹은 타인에게 건네는 작은 사치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대중적인 위로의 방식이 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개인적인 만족이 SNS를 거치며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집단적인 움직임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이 구매 과정이 한국 마케팅 시장을 유독 뜨겁게 달구는 원동력이 된다.

 

글로벌 초연결 시대, 왜 한국은 유독 뜨거운가

 

오늘날 SNS를 통해 전 세계 유행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국가 간의 취향은 비슷해지는 듯 보이지만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한국 시장은 유독 독보적인 에너지를 내뿜는다. 세상이 하나로 묶여도 고유의 색깔은 옅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한국의 집단주의 정서가 디지털 환경을 만나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집단에서 낙오되는 것을 경계하는 한국적 정서는 유행을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하나의 생존 과제로 격상시킨다. 남보다 앞서 특별한 경험을 선점했다는 인정 욕구와 소외될지 모른다는 불안(FOMO: Fear of Missing Out)이 결합할 때 소비는 자신의 위치를 증명하는 치열한 과정이 된다.

 

결국 글로벌 소재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두쫀쿠에 열광하는 것은 외래의 소재가 한국 특유의 집단주의와 충돌하며 만들어낸 가장 확실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편의점 번호 남기기부터 당근 사냥까지: 결핍의 역사

 

과거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허니버터칩 광풍 때를 기억하는가? 제품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 다 먹은 빈 봉투를 올리던 기이한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과자를 구하기 위해 동네 편의점마다 전화번호를 남기며 입고되면 꼭 연락해달라고 부탁까지 했다고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당시 해당 제조 기업이 의도적으로 물량을 조절해 소비자의 갈증을 극대화한다는 이른바 '헝거 마케팅(Hunger Marketing)'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제품을 손에 넣기 위해 기꺼이 불편을 감수했다.

 

오늘날 두바이 쿠키를 사기 위해 중고 거래 플랫폼의 키워드 알림을 설정하는 이들도 본질은 같다. 결국 소비자들은 공급자가 정교하게 설계한 결핍의 덫에 즐겁게 빠져든 사냥꾼이 되었다. 희소성을 위해 기꺼이 발품을 파는 이 본능은 마케팅이 인간의 욕망을 건드릴 때 얼마나 강력해지는지를 보여준다.

 

실증 연구: 유희적 가치가 만드는 마케팅 메커니즘

 

필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대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는 '유희적 가치'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기능적 만족보다 정보를 탐색하고 결과물을 쟁취하여 즐기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특히 다양성 추구 성향이 강한 소비자일수록 이러한 자극에 민감하다. 이들은 설령 가성비가 떨어지더라도 사냥에 성공해 인증샷을 남기는 과정에서 큰 성취감을 느끼며 스스로 마케터가 되어 입소문을 퍼뜨린다.

 

기업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자발적인 입소문은 바로 이런 '사냥의 즐거움'에서 터져 나온다. 이제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을 광고하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가 스스로 입소문을 내고 싶게 만드는 ‘치밀한 결핍’을 설계해야 한다.

 

브랜드를 위한 제언: 정교한 결핍 설계

 

1. 성능이 아닌 ‘특별한 기분’을 팔아라: 맛의 상향 평준화 시대에 소비자는 차별화된 기분을 산다. 제품의 장점을 나열하기보다 이 제품을 손에 넣은 고객이 얼마나 특별해 보이는지 그럴듯한 명분과 이야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2. 구하기 힘들게 만들어 성취감을 줘라: 언제든 살 수 있는 물건은 가치가 낮게 느껴지므로 구매 과정 자체가 일종의 ‘퀘스트(Quest)’가 되어야 한다. 한정 수량이나 예약제 같은 장치는 제품을 시장의 흔한 상품이 아니라 고객의 정보력과 인내심으로 일궈낸 승리의 보상으로 만든다.

 

3. 유행을 따르되 ‘한 끗’을 남겨줘라: 사람들은 유행에 동참하고 싶어 하면서도 나만의 독특한 취향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대중적인 트렌드를 활용하되 고객이 자기만의 느낌으로 해석하고 인증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해야 강력한 팬덤이 형성된다.

 

마케팅의 미래, 획득의 희열을 설계하라

 

광화문 매장 앞의 긴 줄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브랜드가 고객에게 '언제든 살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지, 아니면 '기다려서라도 얻고 싶은 갈증'을 만들어내는지 말이다.

 

이제 마케팅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행위를 넘어 소비자가 제품을 손에 넣기 위해 지불하는 시간과 그 과정을 즐기게 만드는 설계가 핵심이다. 결국 마케팅의 실력은 제품의 품질이 아니라 소비자가 기꺼이 쏟아붓는 ‘집요한 에너지’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느냐에서 판가름 난다. /김민서 명지대학교 객원교수·연세대 경영학 박사

  

※ 필자는 경영학 박사로 현재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며 고려대학교 및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강의 중이다.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고 Northwestern University에서 마케팅 석사, Syracuse University에서 경영학 학사를 마쳤다. 삼성물산 근무를 비롯한 산업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자 심리와 서비스 마케팅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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