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중재 없이도 법원 승인 거쳐 즉시 집행 가능 기업 분쟁 비용·시간 절감…소비자·근로계약 제외
[동아경제신문=유경석 기자] 앞으로 국제 무역이나 상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을 값비싼 소송이나 복잡한 중재 절차를 거치지 않고 ‘조정(Mediation)’으로 해결한 경우, 법원의 결정만으로 상대방의 재산에 즉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국내 기업들의 분쟁 해결 비용과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4일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따르면, 법무부는 우리나라가 지난 2019년 8월 서명한 '조정을 통한 국제적 화해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일명 싱가포르 협약)의 국내 이행법률인 ‘국제상사조정을 통한 화해계약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법률 제정법률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
상위 국제 협약 비준에 발맞춰 국내 법적 기반을 독자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국제상사분쟁 해결 수단으로는 주로 ‘중재(Arbitration)’가 활용돼 왔으나, 국가 간 중재 역량의 격차와 과다한 시간·비용 소모라는 한계가 지속적으로 노정되어 왔다.
이에 대안으로 저비용·신속 분쟁해결 수단인 ‘조정’이 대안으로 부상했으나, 현행 국내 민사법 체계상 조정 합의는 단순한 ‘사적 계약’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상대방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다시 처음부터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등 분쟁 해결의 효율성과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번 제정안은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정을 통해 성립한 합의에 간이한 법원 승인 및 집행 절차를 부여함으로써, 조정 제도의 장점(저비용·속도)을 살리면서 결과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개정안(안 제2조 및 제3조)은 우선 용어와 개념부터 명확히 정립했다.
국제적 상사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조정절차를 통해 당사자가 서면으로 합의한 결과를 ‘조정상 화해계약’으로 규정하며 민법상 화해계약 규정과의 정합성을 맞췄다.
아울러 ‘국제상사조정’을 별도로 정의해 법원이 주도하는 민사조정법상 조정이나 중재와 선을 그었다.
특히 협약의 취지에 따라 조정인은 분쟁 해결 방안을 당사자에게 강제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명시해 당사자 자치 원칙을 극대화했다.
무분별한 남용을 막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촘촘히 마련됐다.
조정 대상 범위는 오직 ‘상사(商事)’ 분쟁으로 한정되며, 소비자계약 및 근로계약에 관한 일체의 법률관계는 적용 범위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또한, 당사자들이 “이 법이나 협약의 적용을 받겠다”고 사전에 명시적으로 합의한 경우에만 법원 승인이 가능하도록 유보 조항을 둬 예측하지 못한 법적·사회적 비용의 낭비를 차단했다.
가장 핵심이 되는 집행 절차(안 제4조 및 제6조)의 경우, 화해계약 자체만으로는 집행권원이 성립하지 않으며 법원에 신청해 ‘집행결정’을 받아야만 강제집행이 가능해지도록 설계했다.
중재판정과의 균형 및 사법적 검증을 고려한 법리 적용이다.
다만, 사적 합의의 성격을 존중해 이 집행결정에는 확정판결과 같은 기판력은 인정되지 않으며, 당사자는 즉시항고를 통해 변론종결 전의 사유로도 효력을 다툴 수 있도록 사법 구제책을 열어뒀다.
법원이 직권으로 승인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는 대한민국 법률상 조정을 할 수 없는 사안이거나 선량한 풍속,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경우 등으로 제한된다.
사법 인프라 부문에서는 중장기적인 법적 정합성을 긴밀하게 연계했다.
제정안 자체에는 별도의 관할 규정을 두지 않았는데, 이는 올해 2026년 2월 국회를 통과한 법원조직법 및 민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라 향후 신설될 ‘해사국제상사법원’(2028년 3월 1일 시행 예정)이 국제상사사건으로서 전속 관할하도록 미리 판을 짜둔 결과다.
법안은 공포한 날부터 즉시 시행되며, 시행 후 최초로 법원에 접수되는 승인·집행결정 신청 사건부터 적용된다.
한편, 국제상사조정을 통한 화해계약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법률 제정법률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기관, 단체 또는 개인은 오는 7월 14일까지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해 온라인으로 의견을 제출하거나, 법무부 국제법무정책과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 독자 의견 제출 안내
입법예고 기간 : 2026년 6월 4일 ~ 2026년 7월 14일 의견 제출처 : 국민참여입법센터(http://opinion.lawmaking.go.kr) 온라인 제출 또는 법무부 국제법무정책과(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47 정부과천청사 1동) 우편·팩스·이메일 접수 전자우편 / 팩스 : jinooim@korea.kr / 02-2110-0416 문의 번호 : 법무부 국제법무정책과 (02-2110-4539) <저작권자 ⓒ 동아경제신문 & dae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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