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물 차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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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통신 비밀 침해 우려" 제기
긴급 접속차단 제도 폐지·규제 완화 촉구
실시간 필터링 비용 부담·역차별 논란도
"국내 플랫폼만 옥조여" 규제 형평성 요구
[동아경제신문=유경석 기자] 정부가 불법 촬영물과 불법 복제물 차단을 명분으로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기반 검열 정책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국내 정보기술(IT) 산업 생태계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와 관련해 AI 실시간 필터링 의무화 조치를 중단하고, 사법 절차를 무력화하는 긴급 접속 차단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 달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동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18일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날 게시된 ‘AI 실시간 검열 시스템 의무화 중단 및 관련 법령 재검토 요청에 관한 청원’은 표현의 자유 수호와 국내 인터넷 생태계 보호를 요구하는 이용자 및 IT 업계의 깊은 관심 속에 청원 동의를 모으고 있다.
국회청원심사규칙에 따라 오는 7월 18일까지 30일 이내에 5만 명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이 청원은, 향후 요건 충족 시 소관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통신 소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회부돼 정식 심사 절차를 밟게 된다.
청원인 이 모씨는 불법 저작물 및 촬영물 근절이라는 목적의 정당성을 넘어서서 정부가 강행 중인 'AI 기반 이미지 필터링 의무화'와 '선차단 후심의' 방식의 접속 차단 조치가 수단과 과정에서 심각한 민주적 결함을 드러내고 있다며 청원의 취지를 밝혔다.
모든 이용자의 이미지와 영상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전수 조사하는 방식은 사실상 '전 국민 상시 감시 체제'이자 '사전 검열'로 기능할 위험이 크며, 이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18조를 정면으로 위배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청원인은 알고리즘의 기술적 한계로 인한 오검측이 단순한 의견 표명이나 정치적 풍자까지 자동으로 삭제하는 '디지털 판옵티콘' 사회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국가 기관 주도의 투명성 센터 설립 역시 민간 여론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을 정당화하여 민주주의의 근간인 공론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이번 규제가 국내 IT 기업들을 사지로 내모는 '역차별 규제'라는 점도 강하게 규탄했다.
정부의 실시간 검열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CPU와 다수의 GPU를 갖춘 서버가 필수적인데, 이로 인해 중소 커뮤니티와 IT 사업자들은 연간 수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정작 규제해야 할 글로벌 플랫폼(X, 인스타그램, 디스코드 등)은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국내 사업자만 서버 비용 상승과 서비스 품질 저하를 겪고 있으며, 이는 국내 이용자들의 '디지털 망명'을 부추겨 토종 플랫폼 생태계를 고사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법 집행 과정에서의 행정 편의주의와 사법 절차 무력화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사법부의 충분한 심의 없이 행정기관의 판단만으로 즉각적인 차단을 허용하는 '긴급 접속 차단법'은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행정 편의주의의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청원인은 불법 정보의 기준이 모호하게 확대될 경우 비판적 여론을 '허위 정보'로 규정하여 입을 막는 정치적 억압 도구로 악용될 수 있으며, 무고한 사이트들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용자들은 이미 VPN(Virtual Private Network, 가상 사설망) 등을 통해 규제를 우회하고 있어 실효성이 없으며, 정작 소중한 컴퓨팅 자원은 서비스 혁신이 아닌 감시에 낭비돼 대한민국의 AI 경쟁력 저하라는 국가적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청원인은 행정 편의를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희생시키는 '디지털 검열 국가'로의 퇴보를 막고, IT 산업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지킬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에 구체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청원인은 우선 국민의 통신의 자유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모든 이미지 및 영상에 대한 AI 필터링 의무화 조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의 과도한 기술 규제로 인해 민간 기업에 전가된 검열 비용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전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인터넷 환경을 자율 규제 체제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적법절차 원칙에 어긋나고 정치적 억압 도구로 악용될 독소 조항을 내포한 '긴급 접속 차단법'을 폐지하고, 국내 IT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하는 과도한 기술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물 근절이라는 명분이 아무리 정당할지라도, 모든 국민의 사적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전수 조사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통신의 자유를 무참히 짓밟는 사전 검열입니다. 해외 플랫폼은 규제를 비껴가고 국내 기업에만 막대한 서버 비용과 기술적 멍에를 지우는 방식은 토종 생태계를 고사시키는 명백한 역차별입니다. 사법부의 심의도 없이 행정기관의 독단으로 사이트를 막아버리는 '선차단' 방식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정 편의주의에 불과합니다. 정부와 국회는 국가 주도의 온라인 검열 체계 구축을 중단하고, 표현의 자유와 IT 산업의 혁신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민주적 대안을 조속히 마련해 주십시오."
본 청원은 범죄 근절이라는 공익적 구호 뒤에 숨은 국가 주도 디지털 감시 시스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입법의 절차적 정당성을 바로잡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기술 규제가 국내 산업의 발목을 잡는 자해적 행정이 되어서는 안 되며, 헌법 가치인 표현의 자유와 사공간의 비밀을 철저히 보장하는 범위 안에서 세련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는 거시적이고 명확한 요구를 대변하고 있다.
한편, ‘AI 실시간 검열 시스템 의무화 중단 및 관련 법령 재검토 요청에 관한 청원’의 동의 마감 기한은 오는 7월 18일까지다.
[의견등록]
소관위원회 :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원 진행 기간 : 2026-06-18 ~ 2026-07-18
의견제출 방법 : 국회 국민동의청원 시스템 온라인 동의 및 의견 등록
유경석 기자 (kangsan0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