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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 13.2% 불과…평균 53세 직장 떠나

국회미래연구원 “65세 고용보장, 정년만 늘려선 안돼…신규채용·승진 적체·임금체계 손봐야"

최수빈 기자 | 기사입력 2026/08/28 [11:27]

정년퇴직 13.2% 불과…평균 53세 직장 떠나

국회미래연구원 “65세 고용보장, 정년만 늘려선 안돼…신규채용·승진 적체·임금체계 손봐야"

최수빈 기자 | 입력 : 2026/08/2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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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건비보다 '승진 적체' 악순환 부담

연공형 임금·직급 등 인사체계 대수술 필요

 

[동아경제신문=최수빈 기자] 55~79세 고령층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 연령이 53세에 불과한 가운데 실제 정년퇴직으로 직장을 떠나는 비율은 13.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려면 법정 정년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임금·직급·승진·신규채용 등 기업의 인사·노무 체계 전반을 함께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미래연구원은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브리프 「정년연장을 통한 지속가능한 노동시장 구축의 조건과 정책과제―대기업 사례를 중심으로」를 발간했다. 이번 연구는 대기업 인사담당자와 노동전문기자 등 현장 관계자 3명을 대상으로 한 면담조사를 통해 정년연장이 기업의 인력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국가데이터처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55~79세 고령층의 주된 일자리 평균 퇴직연령은 53세였다. 이 가운데 정년퇴직은 전체 이탈 사유의 13.2%에 불과했다.

 

정년퇴직자의 상당수는 대규모 사업체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미래연구원의 지난해 11월 ‘생애 주된 일자리 퇴직의 현실과 정책 과제 실태조사’에서는 정년퇴직자의 33.6%가 1000인 이상 사업체 출신으로 나타났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이에 따라 정년연장의 직접적인 효과가 대규모 사업체의 정규직 고용에서 우선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기업에서는 정년 이전에 퇴직하는 관행이 과거보다 약해지고 정년까지 근무하는 직원이 늘어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규율 강화와 임금피크제 관련 판례 변화, 연령을 기준으로 한 조기퇴직의 법적 제약, 노동자의 대응 역량 강화 등이 정년 전 퇴직 종용을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꼽혔다.

 

한 유통업체 인사담당자는 과거 고직급 직원 10명 가운데 약 9명이 정년 전 퇴직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최근에는 7~8명 정도가 회사에 남는다고 진술했다. 법정 정년이 일부 대기업에서 실질적인 고용보장 기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정년 이후 계속고용 방식은 업종과 직무에 따라 차이가 컸다.

 

제조업에서는 기술직을 중심으로 1년 단위 촉탁직 재고용이 이뤄졌다. 생산 업무는 노사 합의에 따른 고용연장 성격이 강했고, 정비 업무는 숙련과 경험을 활용할 필요성이 재고용의 주요 배경이었다. 반면 연구직과 일반직은 재고용 사례가 거의 없었다.

 

유통업에서도 일부 매장 현장직은 재고용 대상이 됐지만 본사 사무직은 사실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65세 고용보장 제도를 설계할 때 직무별 인력 수요와 기업별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들이 정년연장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인건비만이 아니었다. 고령 인력의 재직기간이 길어지면 상위 직급과 보직 이동이 늦어지면서 후속 세대의 승진·보직 기회가 줄고 조직 내 인력순환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신규채용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조사 대상인 두 대기업 모두 신규채용 규모를 정년퇴직 등 기존 인력의 자연감소와 연동해 결정하고 있었다. 정년연장으로 퇴직 시점이 늦춰질 경우 단기적으로 신규채용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국회미래연구원은 기업 인사담당자의 이런 우려만으로 정년연장이 청년고용을 감소시킨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해외 연구에서는 고령자 고용과 청년고용 사이에 단순한 대체관계가 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연구가 많은 반면, 국내에서는 대규모 사업체를 중심으로 일정한 대체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한국의 연공적 임금체계가 핵심적인 구조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고령 인력이 장기간 근무할수록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이 유지되고 직급과 보직 이동도 늦어지면서 인건비 부담, 신규채용 여력 감소, 승진 적체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년연장을 단순한 기업 지원책으로 접근하기보다 임금과 인사관리 구조를 함께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기업의 경우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원칙은 의무화하되 재고용을 포함한 다양한 계속고용 방식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단기적으로는 재고용 등을 통해 고용을 이어가면서 실제 담당 직무와 책임 변화에 맞춰 임금과 근로조건을 조정하고, 장기적으로는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과 직급이 올라가는 구조를 직무와 책임을 보다 반영하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승진·보직체계 역시 근속 중심에서 벗어나 직무와 역할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년연장의 혜택이 대기업 정규직에 집중될 경우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년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중고령층에 대해서는 고용유지와 직업전환, 재취업 지원 등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을 강화하고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등 다양한 고용형태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혜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령자의 고용안정과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기업의 지속가능한 인력운영을 함께 고려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대기업에서는 65세까지의 고용보장과 함께 계속고용 방식을 다양화하고 임금·인사체계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년제 밖에 놓인 중고령층을 위한 고용·재취업 정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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