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을 찾아서] 세창 김세용 명장, 50년 청자에 담은 삶과 혼…도자예술 꽃 피우다

2017-04-28     성창희 기자
투각에 매화·국화 등 문양 정교하게 표현…소장품 사회에 환원 예정



50년의 세월을 흙속에 영혼을 받쳐온 세창 김세용 명장. 그는 한민족의 얼이 서려있는 청자의 전승과 발전에 한평생을 받쳐온 인물이다.



김 명장은 일찍이 흙의 오묘함과 청자의 고고한 자태에 매료돼 이를 현대에 재현하고자 가마에 불을 지피며 4가지 원(願)을 세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자’, ‘가장 정교한 청자’, ‘가장 큰 청자’를 만들고, 이러한 작업을 통해 정신과 혼(魂)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4가지 원(願)은 그의 이정표가 되어 수많은 시련과 시행착오에도 좌절하지 않았다. 또한 교만에서 벗어나 도자魂을 불사르고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태어난 청자들은 복잡하고 치밀한 구조속에서 온화한 기품과 화려함속에서도 세련되고 절제된 미(美)를 담고 있다. 그는 이러한 작품세계를 인정받으며 지난 2002년 대한민국명장(349호)으로 선정됐다.



김세용 명장은 “흙을 알아야 아름다운 도자기의 비색을 낼 수 있다. 그래서 흙과 천연재 유약을 직접 개발해 사용한다. 특히 도예가는 빼어난 기교 뿐 아니라 흙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명장에 의하면 우주의 생성원리는 ‘地水火風空’에 있고, 인간은 곧 우주이며, 청자는 곧 인간이다. 즉 청자는 살아 숨쉬는 생명체(=우주, 인간)와 동등하다. 이는 인간과 우주를 설명하는 불교의 이치에 흙이 도자기로 완성되는 과정에 대한 철학과 이치를 더한 것이다. 흙(地)은 물(水)과 불(火), 바람(風)과 만나 모든 것을 포용하는 공(空= 작가의 손길과 정신세계를 의미)의 이치가 더해져야 비로소 청자로 완성된다.



김세용 명장은 신상호 도예연구소에서 전통제작기법을 전수받아 1978년 독립, 이듬해 세창도예연구소를 설립한다. 독립 초기에 김 명장의 청자는 투박함을 나타냈지만, 이후 80년대 후반부터 이중투각과 같은 정교한 작품을 완성하는 등 독자적인 예술을 꽃피우고 있다.



김 명장은 “도예를 배우면 처음에는 선조들의 작품을 모방하다가 점차 자신만의 도자기에 접근한다. 투각도자기의 경우 매화·국화 등을 손과 칼로 문양을 하나하나 아주 작은 오차 없이 섬세하고 정교하게 표현했다”면서 “지난 ‘세계도자기엑스포 2001’에서는 국화 문양의 청자를 제작, 천년후에 개봉키로 한 타임캡슐에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으며 스위스·일본 등 초정전시회를 통해 우리 청자의 예술성과 우수성을 알리는데 기여했다.



“사람에게 혼이 있듯 불에도 혼이 있다. 도자기는 혼과 불이 어우러져 살아 있어야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김세용 명장. 그는 이제 창작보다는 청자를 계승·발전·보존하는 데 힘쏟고 있다. 그래서 전통문화에 뜻있는 개인, 지자체, 기업 등이 미술관 설립에 나설 경우 소장 작품을 전부 기증할 계획이다.



/2016년 12월 13일 동아경제 성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