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날…"물위기를 기회로 전환"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일상에서 잊고 지냈던 소중한 물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면서 "물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의 가치’와 ‘물위기’에 방점이 찍혔다. 이 두 개 키워드는 인도네시아에겐 현실이다. 외교부 인도네시아공화국(Republic of Indonesia) 기본정보 등을 종합하면, 인도네시아가 자카르타(자바섬)에서 누산타라(보르네오섬)으로 수도를 이전한다. 1200㎞ 넘게 떨어진 곳으로 옮기는 대역사다. 2024년 공공기관 이전을 시작으로 2045년 천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자카르타는 경제와 금융 중심지로 남게 된다.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은 인도네시아 전체 면적의 7%에 불과하지만 인구 2억7500만 명 중 60%가 모여 산다. KOTRA 국가지역정보 등을 종합하면, 인도네시아 수돗물에는 석회질이 많아 식수로 사용하기 어렵다. 수돗물을 공급하는 지역도 아직까지는 식수로는 사용하지 못하고 식수는 거의 사서 먹는다. 수도 이전 원인 중 하나로 마실 물 부족이 꼽힌다. 자카르타 상수도 보급률은 60% 불과한 실정으로, 대부분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은 필연적이다. 자카르타는 13개 강이 교차하는 늪지대 해안에 위치해 있다. 1949년 독립 이후 강 하구 퇴적층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됐다. 지대가 낮은 해안가를 중심으로 도시가 확장되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은 결과적으로 지반침하를 불러왔다. 많은 양의 지하수가 개발되면서 퇴적토가 약화해 지반침하가 일어나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마실 물 부족'에 수도 이전 추진
인도네시아 정부는 수도 이전의 주요 요인으로 홍수와 교통혼잡을 꼽는다. 강수량은 예년과 비슷하지만 해수면 상승과 대규모 건물이 들어서면서 지반침하가 발생, 도시의 40%가 해수면 아래 잠긴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년 10~12㎝씩 내려앉고 있다. 2007년부터 만조 때마다 바닷물이 제방을 넘어들면서 대규모 홍수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물의 순환이 끊긴 결과다. 물의 순환은 물은 수증기(기체)나 물(액체), 얼음(고체)으로 모습을 달리하며 하늘과 땅, 지하, 그리고 바다를 순환하는 현상을 말한다. 원활한 물의 순환이 이뤄질 때 지하수는 채워진다. 반면 자카르타와 같이 지하수에 대한 규제가 없이 무분별하게 개발될 경우 순환고리는 끊어진다. 지하수개발가능량을 초과한 것이다. 지하수개발가능량은 물의 순환계를 깨뜨리지 않고 지하수의 유입과 유출의 평형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하수량을 말한다. 2023년 환경부 핵심 추진과제에서 인도네시아의 물 문제가 등장한다. 2022년 7월 인도네시아 공공개발부 장관은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인도네시아 행정수도 이전 시 수자원 협력 의사를 밝힌 만큼 해수담수화 플랜트 수출로 올해 20조원 수주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서도 물부족 현실화…지하수 고갈 우려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은 물순환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도시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결코 강 건너 불 구경할 처지는 아니다. 실제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현재와 같이 물순환 왜곡이 장기화 할 경우 지하수 고갈로 인한 거주지 이전은 국내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섬이나 해안가 도시들은 식수원에 바닷물이 흘러들면서 먹는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활한 물순환을 위해 생태면적률을 제도화 했으나 지켜지지 않는 것은 ‘물의 가치’와 ‘물위기’를 외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민간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물순환을 주도하는 환경부의 실무행정은 의아할 정도다. 생태면적률의 시작은 2005년 12월 생태면적률 적용 지침이 생겨나면서 부터다. 도시공간의 생태적 문제 해결을 위해 자연의 순환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량화된 환경계획 지표다. 자연의 순환기능은 증발산 기능, 미세분진 흡착기능, 우수투수기능, 저장기능, 토양기능, 동·식물서식처 기능 등이다. 도시기후 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등 도시 생태문제를 적극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계획차원의 수단(Instrument)이다. 도시공간의 생태적 기능 복원을 위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2005년부터 생태면적률 적용 지침…산업입지개발지침 13년간 10여차례 수정
하지만 이러한 목표는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장 상황을 알기 위해서는 개발유형별 생태면적률 달성목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기준에 부합한 지 여부가 목표준수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개발사업 유형과 생태면적률 달성목표는 도시개발 30~40%, 산업단지 20%, 관광단지 60%, 체육시설 50~80%, 폐기물시설 40~50% 등이다. 현재 개발유형별 생태면적률은 2016년 7월 1일 개정된 생태면적률 적용 지침에 따른 것이다. 생태면적률 적용 지침은 산업입지법(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제5조 산업입지개발지침에 따른 것으로, 국토교통부장관은 산업입지의 계획적·체계적 개발에 관한 사항 등을 고시하도록 했다. 산업입지개발지침은 2008년 1월 4일 고시된 이후 2021년 1월 26일까지 10여 차례 수정·보완을 거듭하고 있다. 생태면적률 적용 지침은 크게 세 차례 개정됐다. 2005년 12월 첫 번째 고시 이후 2011년 6월 개발사업 유형이 늘어나면서 개정됐고, 2016년 7월 개발사업 유형별 최소달성목표가 달라지면서 수정됐다. 도시개발 등 총 6가지 개발사업 유형 중 산업입지·산업단지 조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돈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물론 도시개발 역시 막대한 돈이 오고 간다. 다만 시민들에게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자연녹지나 수공간 등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공간유형은 생태면적률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단지는 사정이 다르다. 생태면적률에 대한 사회일반의 관심과 인식이 낮은 데다 연 2회로 규정된 사후관리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준수 여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안할 정도다. 쉽게 말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방환경청, 인력부족에 생태면적률 사후관리 '개점휴업'
이는 환경부 내 엇박자로 이어진다. 본청은 생태면적률 적용 지침을 개정하면서 생태적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는 반면 사후관리를 맡고 있는 지방환경청·유역환경청은 연 2회로 규정된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인력부족이 주된 이유다. 이는 현실인 이유이기도 하다. 거의 모든 건축물이나 시설물 등에 생태면적률이 적용되나 이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키는 것이 오히려 무색할 지경이라는 게 현장의 시각이다. 실제 환경부가 최근 5년간 환경영향평가대상 사업장 중 현장을 확인하거나 사후환경영향조사서를 검토해 생태면적률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조치를 요청한 건수는 21건에 불과하다. 조치 역시 관련 부서에 환경영향평가사업장 생태면적률 적용관리를 철저하게 하라는 공문을 시행한 것이 전부다. 적발 시 현장확인을 통해 과태료를 처분해야 하지만 실적은 전무하다. 산업단지는 2011년 생태면적률 적용 지침에 포함됐다. 최소달성목표는 30%로, 전체 개발면적 중 30%는 생태적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생태면적률 적용 지침이 만들어지기 이전인 2005년 20%보다 10%가 늘어난 것이다. 환경부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EIASS)에 공개된 산업단지 조성현황을 살펴보면 2005년 이전 생태면적률은 관행적으로 20%선을 유지했다. 결국 관행적으로 유지되던 생태면적률 20%는 생태면적률 적용 지침에 산업단지가 포함되면서 30%로 상향된 것으로, 이는 분양면적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실제 1999년 4월 환경영향평가를 접수한 경주냉천지방산업단지(시행사 ㈜화천기업)의 녹지비율은 34.4%를 차지했고, 충주녹색패션사업단지(2009년 9월. 시행사 ㈜엠아이케이) 녹지비율은 28.3%로 조성됐다.
이후 산업단지 개발을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을 비롯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등 개발사업시행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분양면적 감소는 돈이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2016년 7월 개정된 생태면적률 적용 지침에서 산업단지 생태면적률은 20%로 줄었다. 그마저도 사업시행사와 입주업체가 각각 10%씩 생태면적률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사업시행사 생태면적률은 2011년 30%에서 2016년 10%로 줄었다. 이는 20%의 추가적인 분양면적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이는 사업시행사의 로비 결과다. 이러한 내용은 감사원 감사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돈의 논리' 따르는 생태면적률…"이상기후 대처 위한 물순환 체계적 추진 시급"
물순환 회복을 위해 도입된 생태면적률은 돈 앞에서 무릎을 꿇고만 셈이다.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EIASS)을 통해 확인한 2012년 이후 조성된 산업단지는 모두 288건 4억3704만7121㎡다. 평수(3.3㎡)로는 1억3243만8522평이다. 2012년 1월 접수된 대의일반산업단지(시행사 (주)의령사업개발) 29만8210㎡, 김해테크노밸리(시행사 (주)김해테크노밸리) 164만4011㎡, 매화일반산업단지(시행사 시흥매화산단개발(주)) 37만6027㎡를 비롯해 2022년 11월 천안 신사일반산업단지(시행사 천안신사산업단지(주)) 63만4000㎡ 등이다.
산업단지 개발면적 4억3704만7121㎡ 중 10%인 4370만4712㎡, 즉 1324만3853평(3.3㎡)을 평당 분양금액 100만 원으로 계산할 경우 시행사는 13조2438억5300만 원을 챙긴 셈이다.
이는 산업단지만 확인한 것일 뿐 나머지 도시개발, 관광단지, 체육시설 등을 포함할 경우 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2023년 1월말 기준 산업단지는 총 1276개로, 지정·조성면적은 1426㎢에 달한다. 국가산업단지 47개(3.7%), 일반산업단지 712개(55.8%), 도시첨단산단 41개(3.2%), 농공단지 476개(37.3%)다. 면적은 국가산단 779㎢(54.7%), 일반산단 558㎢(39.1%), 도시첨단산단 11㎢(0.8%), 농공단지 77㎢(5.4%)다. 이중 공영개발 740개(58.0%), 민간개발 536개(42.0%)다. 민간개발 중 실수요개발은 211개, 분양과 실수요개발 110개, 일반분양 215개다. 산업단지 수는 경남 207개, 경기 193개, 충남 166개 순으로 많고, 면적으로는 경기 250㎢, 전남 229㎢, 경남 139㎢ 순이다.
김인태 한국블록협회 회장(명지대 교수)은 "생태면적률 의무이행의 의미를 관계기관 및 업계가 다시 한 번 정립해야 한다"면서 "향후 관련 사업에서 의무조항이 자발적으로 준수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승재 한국물순환협회 회장은 “이상기후로 인한 홍수와 가뭄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에 물관리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건전한 물순환 체계 구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형편이 된 만큼 체계적이고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물순환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동아경제신문 & dae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기획·특집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