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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국가행정망…"쪼개기 발주가 주범일수도"

이한 기자 | 기사입력 2023/11/23 [10:05]

멈춰선 국가행정망…"쪼개기 발주가 주범일수도"

이한 기자 | 입력 : 2023/11/2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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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24' 영역별 참여업체·시스템 '제각각'

 분리발주 독과점 방지 중소업체 육성 장점

 오류 발생땐 일괄적 효율적 신속대응 한계

 

 일각선 "발주체계 점검·대기업 참여 늘려야"

 IT노조 “하도급 구조 원인일 가능성도 주시”

 

[동아경제신문=이한 기자] 최근 정부 행정전산망이 멈추면서 서류발급 등 민원업무 처리가 지연됐다. 재해복구(DR)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정부 대처도 미온적이었다는 비판이 일었다. 오류 발생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발주를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도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 17일 오전 전국 지자체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행정전산망 ‘새올’에서 오류가 생겨 현장 민원 업무 등이 지연됐다. 행정망이 셧다운되면서 민원업무 처리와 주민센터 서류 발급 등이 차질을 빚었다. 

 

당일 행정안전부는 주민센터에서 처리하는 공공 민원에 대해 납부기한을 장애 복구 이후 시점까지 연장하고 확정일자 등 접수 즉시 처리가 필요한 민원은 수기로 접수받아 날짜를 소급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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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킹 이상징후 없어”...정부 TF 장애 원인 분석 중 

 

이번 사태로 금요일 업무 시간에 민원인들이 불편을 겪었고 주말 동안 복구가 이뤄졌다. 행안부 등에 따르면 17일 오전 9시경 시도·새올행정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고 이 여파로 오후 1시경부터 정부24 서비스도 중단됐다. 이후 18일 새벽 시도·새올행정시스템 복구가 이뤄졌고 이에 따라 정부 24 서비스도 다시 원활하게 작동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새올 행정 전산 시스템에 접속하는 GPKI 인증 시스템의 장비 에러가 원인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19일 해당 시스템 서버 등을 분석한 결과 인증시스템의 일부인 네트워크 장비(L4스위치)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이를 교체하고 안정화 작업 이후 테스트를 거쳐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재개했다고 밝혔다. 

 

GPKI(Government Public Key Inftra)는 쉽게 말하면 신원을 인증하는 시스템이다. 개인이 온라인에서 결제 등을 하려면 본인의 신원을 확인하듯 행정망에서 공무원들이 업무를 보거나 민원을 처리할 때 꼭 필요하다. L4스위치는 오가는 데이터를 여러 서버로 배분하는 장치다. 어느 한 곳에만 작업이 몰리지 않도록 중간에서 나눠주며 과부하를 막는 역할이다. 

 

정부는 22일 현재까지 에러가 발생한 이유를 명확하게 밝혀내지는 못했다. 다만 장비가 노후됐거나 해킹 등 다른 외부 공격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서보람 행안부 디지털정부실장은 19일 브리핑에서 “L4스위치에서 문제를 발견했다”며 “다만 정확히 무엇 때문에 L4스위치가 오류를 일으켰는지는 향후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킹이라면 이상 징후가 먼저 발생하는데 현재까지 파악하기로는 특별한 이상징후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는 TF를 가동해 장애 원인을 분석 중이며 재발방지 종합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 백업시스템 먹통에 재난문자 미발송 등 지적 이어져

 

이번 사태를 두고 정부를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전산망에 문제가 생겼는데 네트워크 오류 등에 대비한 백업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한 곳에서 장애가 생겨도 다른 곳을 통해 운영할 수 있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주민센터 등에서 혼란이 이어지는데 재난문자 등 대국민 알림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점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행전안전부에 요청해 재난 문자를 3차례 발송한 바 있다. 

 

정부는 장비를 이중화 했지만 당일 순차적으로 문제가 생겼고 이번 사안이 재난문자 발생 요건에는 해당하지는 않았다 입장이다. 

 

서보람 디지털정부실장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장비를 이중화해서 운영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당일에는 이중화돼 있는 두 개의 장비가 순차적으로 계속 문제를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행정전산망을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대전, 광주, 대전 등 세 곳으로 나뉘어 있다.

 

사태 당일 재난문자가 발송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이번 마비 사태가 정부 매뉴얼상 재난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21일 설명자료를 내고 “재난문자 발송은 태풍·홍수·지진 등 재난발생으로 인명 및 재산피해가 우려되는 긴급한 상황 발생 시 위험성과 시급성 등을 고려해 대국민 상황전파가 필요한 경우 발송이 원칙”이라며 “이번 사안의 경우 재난문자 발생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재난문자를 발송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 정부 행정전산망이 멈춰 시민들이 불편을 겪은 가운데 오류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시스템 운영 등과 관련해 잘못된 관행이나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 동아경제신문

 

◇ 발주 관행이 문제? “원인파악과 대책 마련이 우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여러 업체를 통한 이른바 ‘쪼개기’ 발주가 이어지는 관행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하드웨어, 네트워크, 보안 등 영역별로 참여 업체가 다르고 업무별로 프로그램과 시스템이 다른 경우가 있어 오류가 발생해도 정확히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빠르게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분리 발주를 통해 독과점을 막고 중소사업체를 육성하는 등의 장점이 있지만 한편에서는 일괄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다. 

 

여권에서는 국가 전산망에 기술력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기업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첫 번째 문제는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 제한”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2013년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으로 정부는 중견·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를 육성하기 위해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대기업에 대해선 공공 서비스 참여를 제한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의 취지와 달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 격차가 줄지 않고 중소업체가 구축한 공공전산망은 이따금 마비 사태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기업 배제로 영세업체를 대상으로 한 쪼개기 발주가 남발되고, 문제 발생 시 신속히 교정해야 하는데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서 취약점을 노출했다”며 “국가안보와 신기술 분야에서 대기업 참여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다”고 덧붙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2일 설명자료를 내고 “그간 준비했던 공공SW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의 개선을 조속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참여기업의 규모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정확한 원인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그리고 하도급 구조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IT노조)은 20일 성명을 통해 “거대하고 복잡한 시스템은 그 규모에 맞게 철저한 비상시 대응 매뉴얼과 매뉴얼에 따른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IT노조는 “하지만 정부는 상황이 발생한 지 4시간 만에 정부24 서비스를 중단하면서도 원인이 무엇인지조차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어떤 종류의 매뉴얼이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성명에서 “정부 발주 IT 프로젝트에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하도급 구조가 현 사태에 간접적이나마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IT산업의 고질병인 하도급 구조로 인해 IT장비와 IT노동자에게 온전히 투입되어야 할 예산이 하도급 업자의 주머니만 불리고 마는 문제는 이미 곳곳에서 문제를 야기하며 한국 IT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구조적 문제와 법령 미비점 등 원점에서 점검” 

 

행안부는 21일 고기동 행안부 차관과 송상효 숭실대 교수를 공동팀장으로 하는 지방행정전산서비스 개편 TF 첫 회의를 열었다. TF는 이번 장애 원인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공공부문 정보시스템 전반을 검토하여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수립한다. 

 

TF는 총 2개 반(원인분석반, 대책수립반)으로 구성·운영된다. 원인분석반은 장애가 발생한 네트워크 장비의 상세원인을 분석하며 반장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이다. 대책수립반은 법제도적·시스템 측면에서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수립하며 반장은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정책국장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같은 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시스템 구축 및 운영과 관련해 관행이나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 법령 미비점은 없는지를 원점에서 점검하고 정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관련 부처별로 사례를 분석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정부 행정전산망의 주민등록시스템은 22일 오전 다시 일시적으로 장애를 겪다가 정상화됐다. 행안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지역 일부 동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발급 업무가 5분 정도 장애를 겪다 복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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