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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밀린 국제 기후대응…천억불 조성 불발

이한 기자 | 기사입력 2023/11/28 [10:13]

전쟁에 밀린 국제 기후대응…천억불 조성 불발

이한 기자 | 입력 : 2023/11/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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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국제정세…기후대응책 동력 잃어

선진국, 개도국 지원 1000억달러 공약

연평균 716억달러 그쳐…추가재원 필요

 

30일부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기후 지원강화·재원 확대 등 핵심 의제로

정부 "파리협정 이행 달성에 적극 동참"

 

[동아경제신문=이한 기자] 지구 평균기온이 점점 높아지면서 지난 1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더운 한 해로 기록됐다. 이런 가운데 이달 말 기후변화 대응을 주제로 국제회의가 열린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 탄소배출을 크게 줄이지 않으면 청년 세대의 미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1월 30일부터 12월 12일까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린다. COP는 ‘Conference of the Parties’의 약자다. 이 회의는 말 그대로 유엔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당사국들의 회의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해 지구온난화를 막자는 취지로 세계 각국이 동의한 협약이다. 1992년 브라질에서 체결됐고 우리나라는 1993년 12월 47번째로 협약에 가입했다. 현재 전 세계 190여개 국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당사국이 모여 협약 이행을 검토하고 이에 따라 필요한 실무적인 결정을 내리기 위해 COP를 개최한다.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체결한 ‘교토의정서’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공개된 ‘파리협정’이 COP의 대표적인 결과다.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주요국들이 1990년 대비 평균 5.2% 이상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 기후변화 대응, 환경만의 이슈 아닌 경제적인 문제도

 

지난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글래스고 기후합의가 채택됐다. 당시 합의는 개도국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지원 강화, 기후재원 확대 등의 기조를 반영했다.

 

이번 COP28에서는 파리협정 이후 처음으로 이 협정이 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회의에서는 ‘전 지구적 이행 점검’을 확인하고 ‘손실과 피해 기금’ 운용을 위한 세부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환경만의 이슈가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기도 하다. 효과적인 기후 정책을 논의하려면 재정적인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관련 활동을 벌이고 정책을 펼치려면 결국 돈이 필요해서다. 

 

최근 당사국 회의에서도 경제적인 문제가 논의됐다. 기후재원은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파리기후협정 이행을 위한 핵심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2020년까지 선진국이 약속한 연간 1000억 달러의 기후재원 조성에 실패하면서 COP26 총회에서도 쟁점으로 부각된 바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유엔기후변화협약 상설위원회에서 보고서를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글로벌 차원의 기후재원 규모는 최근 4년간 평균 7220억 달러로 추정된다. 글로벌 차원의 기후재원은 2015년 6790억 달러에서 2018년 7460억 달러로 증가했으며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지속가능한 수송부문의 투자에서 기후재원이 집계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선진국은 2019년 기준으로 796억 달러를 개도국에 지원했다. 이에 따라 기존 공약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200억 달러 이상의 추가적인 재원 조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년(2016~19년) 동안 선진국이 개도국에 지원한 기후재정 평균 규모는 719억 달러다. 

 

당시 선진국들은 COP26을 앞두고 향후 재원 공여 전망에 대한 자료를 발간하면서 2023년까지는 공약한 1000억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당시 협상에서 선진국은 기존의 재원 조성 의무를 재확인했고 2025년 이후의 새로운 재원 조성 목표 설정을 위한 작업 프로그램을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 이달 말 기후변화 대응을 주제로 국제회의가 열린다. 사진은 11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와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 연합뉴스

 

◇ 12만 5천년 전 이후 가장 뜨거웠던 1년 

 

현재 기후변화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인류는 12만5000년 전 마지막 간빙기 이후 가장 뜨거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은 11월 9일(현지시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2개월 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전(1850∼1900년)보다 섭씨 1.32도 높아 역사상 가장 더운 12개월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앞서 8일에는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가 올해 10월 평균기온이 1800년대 후반과 비교해 1.7도 높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10월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12만 5천년 전 마지막 간빙기 이후 올해가 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 사실상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기상청이 9월 발표한 ‘2023년 여름철(6~8월) 기후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24.7℃로 평년(23.7℃)보다 1.0℃ 높았다. 이는 기상관측망을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한 지난 1973년 이래 역대 4번째다. 여름철 석 달(6~8월) 모두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던 해는 지난 51년 중(1973~2023년) 올해와 2018년, 2013년 뿐이다.

 

이런 가운데 혼란한 최근 국제정세로 인해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국제적인 협력 목소리가 줄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전쟁을 벌이는 등 국제정세가 요동치고 있어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줄었다는 견해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 요한 록스트룀 국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지정학적 갈등은 신뢰와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우리의 역량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 탄소배출 안 줄이면...미래세대 짐 커진다

 

탄소배출을 빠르게 줄이지 않으면 그 짐이 결국 청년과 아동 등 미래세대에게 부과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린피스가 글로벌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의 글로벌 2022 MZ세대 서베이를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과 기후위기가 청년들로부터 희망을 앗아가고 삶을 고단하게 하는 주 요인으로 나타났다. 

 

딜로이트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MZ세대의 가장 큰 고민은 주거비와 교통비, 공과금 등 ‘생활비’였다. 그 다음은 기후위기인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Z세대의 최대 우려사안은 생활비가 29%, 기후변화 24%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는 생활비가 36%로 1위, 기후변화가 25%로 2위를 차지했다. 한국도 밀레니얼 세대 고민 1순위는 생활비, 2순위는 기후변화였다.

 

딜로이트는 생활비가 최대 우려로 꼽힌 것은 인플레이션이 치솟는 세계 경제 상황이 반영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MZ 세대가 사회 전반에 걸친 부의 불평등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자국 정부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데 동의’하는 청년 숫자는 한국이 해외보다 훨씬 낮았다. 한국 Z세대의 경우 4%, 밀레니얼 세대는 3%에 불과했다. 반면 글로벌 Z세대는 11%, 글로벌 밀레니얼은 13%였다.

 

그린피스는 ‘탄소예산이 불공평하게 배분됐다’고 지적했다. 탄소예산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꼭 지켜야 하는 ‘탄소배출한도’를 뜻한다. 그린피스는 “전 세계가 탄소 배출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앞으로 6년 안에 탄소예산은 고갈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면서 “이럴 경우 지구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하면서 전례 없이 심각한 기후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한국에서 청년과 기성세대 사이에 분배된 탄소예산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쓸 수 있는 탄소예산은 2023년 기준 45억 톤 정도인데. 최근 국내 정책대로라면 2023년부터 2030년까지 41억 톤의 탄소예산이 소진되고 2030년 이후를 살아가야 할 청년들은 오로지 4억 톤의 탄소예산만 쓸 수 있게 된다는 게 그린피스 주장이다. 

 

◇ 환경부 ”국제사회와 기후변화 대응 소통 강화“

 

한편,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COP28 현장에서 한국홍보관을 운영한다. 한국홍보관은 2011년부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리는 행사장에서 운영해왔다. 올해는 SK E&S, 포스코, 효성 등 국내 16개 기업이 순환경제와 에너지 전환 분야 녹색기술을 전시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함께 당사국총회에 직접 참석하는 주체들이 사전에 활동 계획을 공유하고 기후 정책을 토론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영석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은 “한국홍보관 운영을 통해 우리나라의 우수한 녹색기술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고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앞서 9월 열린 2023 기후목표 정상회의에서 “파리협정 장기목표 달성을 위해서 지금까지 약속한 노력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라면서 “기존 화석연료에 기반한 시스템으로부터 탈탄소 사회로의 혁신적인 전환을 이루기 위해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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