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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지구가 부른 경제위기…"탄소 빠르게 줄여야"

이한 기자 | 기사입력 2023/11/16 [10:06]

뜨거운 지구가 부른 경제위기…"탄소 빠르게 줄여야"

이한 기자 | 입력 : 2023/11/1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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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역사상 가장 더운 12개월 

 전세계 인구 90%가 극한기온 경험

 

 기후위기, 경제산업 전방위 '직격탄'

 가뭄폭우에 작황부진 식량안보 위협

 주요국 탄소규제 산업계 수출 비상등

"경제구조 근본개혁…기후정의시대로"

 

[동아경제신문=이한 기자] 최근 날씨가 제법 추워졌지만 올해 지구 평균기온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수능 당일인 16일에도 예년같은 한파 대신 비소식만 들렸다. 인류는 12만5000년 전 마지막 간빙기 이후 가장 뜨거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6~8월이 모두 평년보다 더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환경단체에서는 환경 위기가 단순히 날씨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와 민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이 9일(현지시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2개월 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전(1850∼1900년)보다 섭씨 1.32도 높아 역사상 가장 더운 12개월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이들이 175개 나라 920개 도시 평균기온 등을 분석한 결과 전 세계 인구의 약 90%에 해당하는 73억 명이 극한기온을 열흘 넘게 경험했다. 58억 명(73%)은 한 달 이상 경험했다. 이 극한기온은 기후변화의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 가운데 폭염이 가장 길게 이어진 곳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22일 연속), 두 번째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17일)다. 평년보다 평균기온이 낮았던 나라는 아이슬란드와 레소토뿐이었다. 클라이밋 센트럴은 “온난화 추세를 멈추려면 탄소 오염을 빠르게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 인류가 마지막 간빙기 이후 12만년 만에 가장 뜨거운 지구에서 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배출을 줄이라는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크게 들린다.  © 게티이미지뱅크

 

◇ “마지막 간빙기 이후 올해가 가장 뜨거운 해”

 

지구 평균기온이 오른다는 지적은 세계 곳곳에서 이어졌다. 앞서 지난 8일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는 올해 10월 평균기온이 1800년대 후반과 비교해 1.7도 높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10월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12만 5천년 전 마지막 간빙기 이후 올해가 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 사실상 확실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최근 추위가 찾아왔지만 올해 여름은 평년보다 더웠고 11월 초순까지도 평년보다 높은 기온으로 늦더위가 이어진 바 있다. 대입 수학능력시험 당일인 16일에도 예년 같은 한파 대신 비소식만 이어졌다. 

 

기상청이 지난 9월 발표한 ‘2023년 여름철(6~8월) 기후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24.7℃로 평년(23.7℃)보다 1.0℃ 높았다. 이는 기상관측망을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한 지난 1973년 이래 역대 4번째다. 여름철 석 달(6~8월) 모두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던 해는 지난 51년 중(1973~2023년) 올해와 2018년, 2013년 뿐이다.

 

올해 장마철에는 평년에 비해 따뜻한 남풍이 강하게 불어 비가 내리는 날에도 밤사이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 여름철 평균 최저기온(21.1℃)은 가장 높았던 2013년(21.5℃)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폭염일수와 열대야일수 모두 평년보다 많았다. 

 

더운 가운데 널뛰는 날씨도 이어졌다. 여름철 전국 평균 강수량은 1018.5mm로 평년(727.3mm)보다 많았다.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660.2mm로 1973년 이래 세 번째로 많았다. 특히 남부지방은 712.3mm의 많은 비가 내려 역대 1위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장마철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자주 불었고, 북쪽의 상층 기압골에서 유입된 찬 공기와 자주 충돌하면서 저기압과 정체전선이 더욱 강화되어 많은 비가 내렸다“고 밝혔다. 

 

당시 유희동 기상청장은 “올여름은 장마철 기록적인 비가 내렸고, 한반도를 종단하는 태풍의 영향을 받는 등 기후변화의 영향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후위기 속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감시 및 분석을 강화하고 기후분석 정보가 미래 방재 기상정보로서 재해를 예방하는 데 활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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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 먹거리와 산업계 전반에 걸쳐 영향”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위기는 날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널뛰는 날씨가 단순히 불편함의 문제를 넘어 먹고사는 문제와 연결된다고 주장한다. 기후솔루션이 농림축산식품부를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약 20%로 80%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쌀 수출국인 인도가 가뭄과 폭우로 쌀 수출에 빗장을 걸어 잠갔고 호주 또한 곡물 수출 제한을 검토하고 있어 최근 식량안보가 더욱 큰 위기에 처했다.

 

식량 문제뿐만 아니라 산업계에도 기후위기로 인한 수출 적신호가 감지된다다. 주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탄소규제가 강화되고 있어서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올해 6월 30일 기준 전 세계 28개국에서 총 201건의 수입규제 조치가 시행되고 있으며 최근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이 본격화되면서 산업의 탄소 배출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무역장벽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구변화연구프로그램(USGCRP)은 미국에서 일어나는 기상이변 사건이 매년 약 1500억 달러(약 196조원)의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밝혔다. 이들은 제5차 국가기후평가(NCA5) 보고서를 통해 위와 같이 밝히면서 특히 빈곤 지역에 더 큰 피해를 준다고 경고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고서는 미국이 청정에너지에 더 많은 투자를 하지 않고 도시들이 기온과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기후 변화의 경제적 비용은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우리나라 정부는 기후변화 추세를 둘러싸고 ‘적응’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환경단체는 이런 인식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기후솔루션은 이런 경향을 언급하면서 “국회의 역할은 이런 위기에 대한 적응에 그쳐선 안 된다. 기후 위기 문제의 근본 원인을 고치지 않는 이상 더 큰 재난은 지속적으로 올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우리 사회와 경제구조를 근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녹색연합은 지난 9월 기후정의행진 선언문을 통해 “화석연료를 땔감 삼아 활활 타오르는 자본주의의 탐욕을 꺼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성장과 이윤을 위해, 사람과 자연을 희생시키고 쥐어짜는 잘못된 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돈보다 생명, 자본보다 노동, 개발보다 생태, 경쟁보다 공존, 성장보다 번영이 우선해야 하며 그것이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정의로 가는 길이라고도 주장했다. 

 

한편, 이달 30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린다. 이번 총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정상은 영국 찰스 3세 국왕과 리시 수낵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이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도 COP에 참석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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