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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억벌 만들어 70%는 쓰레기로…지구재앙된 패션

 

이한 기자 | 기사입력 2023/12/21 [10:00]

천억벌 만들어 70%는 쓰레기로…지구재앙된 패션

 

이한 기자 | 입력 : 2023/12/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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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 하나에 물2700L·청바지 탄소33Kg

의류 제작과정부터 물·농약 등 환경 영향

 

1년 의류쓰레기 4800만톤…1%만 재활용

75% 소각, 50만톤 미세섬유로 바다유출

합성섬유 재사용만 가능…재활용 어려워

 

쉽게 사고 빨리 버리는 '패스트패션' 지적

최근 유럽 단속규정…재고옷 폐기 금지도

업계, 친환경·지속가능 패션산업 전환 속도

 

[동아경제신문=이한 기자] 패션 산업이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행 따라 많이 만들지만 제대로 소비되지 않고 대부분 버려지면서 폐기물 문제를 낳는다는 시선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이른바 ‘패스트 패션’을 단속하고 팔리지 않은 옷을 폐기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규정도 만들었다.

 

제품을 만들어 유통하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에는 에너지와 자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떤 산업이든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전통적인 굴뚝산업만 그런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매일 입는 옷도 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어떤 까닭일까? 

 

2년 전, 스웨덴 청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패션잡지 보그 표지모델로 등장했다. 툰베리는 당시 화보에서 버려진 옷과 재고품을 재활용해 만든 코트를 입었다. 인터뷰에서는 ‘패스트패션 의류를 사면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2021년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에 따르면 흰색 티셔츠 하나를 만드는데 물 2700리터가 필요하다. 청바지 한 벌의 탄소배출량은 33Kg으로 자동차로 111Km를 달릴 때 나오는 양과 같다. 국내에서 수거된 헌 옷의 95%는 해외로 수출되는데 이 옷들은 재사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버려져 ‘쓰레기 강’을 이루기도 한다. 

 

◇ 매년 1천억 벌 만들고 70%는 곧바로 쓰레기

 

패션 산업이 환경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진다. UN은 의류 업계가 전 세계 폐수와 이산화탄소 발생량 중 각각 20%, 8%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CNN은 지난 2018년 기준 의류 업계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23억 1천만톤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가 환경부를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2020년 국내에서 발생한 폐의류는 약 8만여 톤에 달한다. 이는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양이다. 

 

옷은 많이 만들어지고 그만큼 많이 버려진다. 맥킨지 보고서와 패션잡지 엘르의 2020년 보도 등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1000억벌 이상의 옷이 만들어진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2014년 소비자들은 2000년에 구매한 것보다 60% 이상 많은 옷을 샀다. 조선일보의 2020년 보도에 따르면 매년 옷과 신발이 6000만톤 넘게 만들어지고 이 중 70%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곧바로 쓰레기매립장으로 간다.

 

이 많은 옷을 만들려면 면화를 많이 써야하고 그러려면 적잖은 양의 물과 농약 등이 필요하다. 생산 과정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염료가 버려지는 등 환경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청바지 한 벌을 만들기 위해 물 수천리터가 사용된다. 천을 만들고 색을 들이면서 나온 물질 중 일부는 폐수가 되어 하수도로 흘러간다. 물론 지속가능한 공정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티셔츠의 주재료인 면화를 재배하는데 전 세계 농약의 상당수가 투입된다.

 

옷을 만들었다고 문제가 끝나는 게 아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35%가 합성섬유 세탁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운동연합이 파타고니아와 함께 주관한 ‘어제 산 내 옷이 지구를 파괴한다고요?’ 강연 내용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물의 20%, 전 세계 농약 사용량의 20%가 패션산업에 사용된다. 옷의 수명이 짧아지면서 폐기물도 늘어난다. 

 

당시 강연을 진행한 파타고니아 관계자는 환경오염과 노동 착취 문제를 줄이기 위해 재생 소재 옷이나 품질 좋은 옷을 만들고, 소비자들은 옷을 수선해 입으라고 권했다. 파타고니아는 지난해 8월 트럭을 개조해 전국을 돌며 수선 서비스를 진행한 바 있다.

 

▲ 사람들이 매일 입는 옷은 만들고 버려지는 과정에서 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게티이미지뱅크)  © 동아경제신문

 

◇ ‘미판매 옷 폐기금지’ 규정 발표한 EU 

 

패션 시장은 규모가 크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이 서울환경연합 등과 함께 진행한 ‘대담한쓰레기대담’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전 세계 섬유시장은 1억 1천만톤 규모다. 전 세계 패션시장 경제규모는 약 1조 9천억 달러다. 한화로 따지면 2천조원을 훌쩍 넘는 규모다. 그 중 한국이 약 40조원 규모인데 이는 지난 2000년 20조 규모에 비해 2배 가량 증가한 숫자다.

 

이렇게 많이 만들어진 제품들은 효율적으로 사용될까? 그런 경우도 있지만 반대 사례도 있다. 2015년 그린피스 독일사무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 가정에서 새로 산 옷의 40%는 거의 또는 전혀 입지 않았다. 유행에 맞춰 빠르게 생산하고 짧게 소비되면서 수명을 다하는 ‘패스트패션’에 대해 환경적인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홍수열 소장은 앞서 언급한 대담에서 “과거에는 패션 신제품이 1년에 2번 나왔는데 요즘 패스트패션은 약 한달 주기로 신제품이 출시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6년 기준 연간 1080억 정도의 옷과 145억 켤레의 신발이 생산되고 20개국 사람들 1만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안 입는 옷이 80~90%”라고 지적했다.

 

옷은 재활용이 어렵다. 마음먹고 오래 쓰면 20~30년도 쓸 수 있고 ‘재사용’도 할 수 있지만 소재를 가지고 다른 걸 만드는 ‘재활용’은 어렵다. 홍수열 소장도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홍 소장은 “옷은 면과 폴리에스터가 섞이는 방식 등의 ‘혼방’이 많은데 옷에 섬유들이 섞여 있어서 재질별로 분류해 골라내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 용기는 색이나 소재 따라 골라낼 수 있지만 만들어진 옷이나 가방에서 폴리에스터와 면을 골라내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홍 소장은 의류가 버려지는 과정을 주목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대담에서 “의류는 대부분 매립 또는 소각하고 섬유는 다시 섬유로 재활용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1년에 의류쓰레기가 4800만톤 나오는데 그 중 75%가 소각되고 50만톤이 미세섬유로 바다에 유출되며 1%만 섬유로 재활용된다”고 밝혔다.

 

패션 쓰레기 문제를 줄이려면 결국 버리는 양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세계 인구가 계속 늘어나면서 섬유 생산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담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섬유 생산은 1975년 이후 2019년까지 약 3배 증가했다. 현재 전 세계 인구는 약 80억명인데 앞으로 약 100억명 가량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시선도 많다.

 

이런 가운데 유럽의회(EP)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5일(현지시간) '패스트 패션'을 단속하고, 팔리지 않은 옷을 폐기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뉴스1이 AFP통신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EU집행위원회는 이와 관련한 규정을 처음 제안했다. 패스트패션이 아닌 오래 쓰는 제품을 생산토록 하고 판매되지 않은 직물과 신발의 폐기를 금지하는 것이 내용이다.

 

다만 법이 발효된 후 2년의 전환기간이 있다. 이 법은 대기업을 우선 대상으로 해서 적용되고 중견 기업은 6년간 면제(전환기간이 2년에 더해 4년 추가)된다. 소기업은 기간 제한 없이 면제다. 보도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이 규정을 의류와 신발을 넘어서서 다른 미판매 제품에도 확대할 권한을 갖는다. 

 

이런 경향에 따라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업계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2019년 8조 2899억원 규모였던 친환경·지속가능성 패션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올해 10조 7703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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